신용회복경험담

2025.04.28 11:46

무대는 사라졌지만, 삶은 계속된다

  • 최고관리자 오래 전 2025.04.2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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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입부: 꿈을 향해 달렸던 시간

어릴 적부터 무대에 서는 게 꿈이었습니다. 중학교 땐 댄스 학원, 고등학교 땐 오디션을 찾아다녔고, 20대 초반엔 기획사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죠. 가족들은 걱정했지만, 저는 ‘이번만 잘하면 데뷔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텼습니다. 노래, 춤, 연기까지 매일 12시간씩 연습하면서,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졌습니다.

처음엔 부모님이 도와주셨지만, 연습 기간이 길어지고 소속사와의 계약이 연기되면서 생활비, 교통비, 트레이닝 비용을 스스로 감당해야 했습니다. 알바를 병행했지만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카드 사용과 가족에게 빌리는 돈으로 4년간 3,900만 원의 빚을 지게 됐습니다.



 

2. 전개: 무너지기 시작한 현실

결국 데뷔는 무산됐습니다. 오디션에선 “실력은 좋은데 시대 흐름에 안 맞다”는 말을 듣고, 계약은 흐지부지 끝났습니다. 집에 돌아왔을 땐, 제 나이 27살. 돈은 없고, 이력도 없고, 빚만 남았습니다.

가족에게는 정말 미안했어요. 특히 부모님 눈치를 보느라 용돈도 못 드리고, 가끔 오히려 돈을 빌려야 했던 순간들은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부터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지인들과 함께 작은 스타트업을 시작했습니다. 원래 관심 있었던 콘텐츠 기획과 IT 분야를 결합해, 모바일 기반 플랫폼을 개발하기 시작했죠.

문제는 여전히 채무가 발목을 잡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매달 카드 대금, 가족에게 갚아야 할 돈, 고정비까지 합치면 월 120만 원 이상이 빠져나갔고, 법인 수익은 초창기엔 거의 없었습니다. 다시 카드 돌려막기를 하며 버텼고, 마음 한구석엔 늘 “이건 언젠가 터진다”는 불안이 있었죠.

 



 

3. 위기: 한 통의 문자, 그리고 결심

어느 날, 카드사에서 ‘연체금 납부 요청’ 문자가 왔습니다. 단순한 알림이었지만, 그 순간 모든 게 멈춘 것 같았습니다. 이제 정말 끝났구나 싶더군요. 통장 잔고는 3만 원, 카드 한도는 다 찼고, 집에선 말도 못 하고 혼자 끙끙 앓았습니다.

이틀 정도 밤을 새며 검색했어요. 파산, 워크아웃, 신용회복… 그러다 '개인회생'이라는 제도를 처음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부끄럽지만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상담을 예약했고, 처음 문을 열던 날의 떨림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처음엔 “사업하고 있는 사람도 신청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조차 조심스러웠어요. 하지만 상담사분이 “지금 이 제도는 그런 분들을 위한 제도”라고 말해줬을 때, 처음으로 한 줄기 빛이 보였죠.



 

4. 해결: 개인회생 신청에서 인가까지

개인회생 신청을 준비하는 데 약 한 달이 걸렸습니다. 제출해야 할 서류가 생각보다 많았지만, 차근차근 정리했습니다. 소득, 사업 매출, 지출 내역, 채무 명세서 등을 제출하고, 약 3개월 후 법원 인가를 받았습니다.

법원에서는 제 연령, 채무 발생 사유, 현재 소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월 23만 원씩 3년간 갚는 변제계획(총 828만 원)**이 인가됐습니다. 나머지 채무는 3년 후 면책되는 조건이었고요.

가장 힘들었던 건 ‘내가 이런 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었습니다. 법원 출석일, 판사 앞에서 제 과거를 설명하던 순간은 정말 창피하고 아팠지만, 판사님이 마지막에 “지금 용기 내셨으니,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라고 해주셔서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그 뒤로는 매달 변제금부터 정해두고, 나머지로만 생활했습니다. 사치나 외식은 다 끊었고, 지출은 거의 앱 하나로 관리했습니다. 오히려 사업 수익에 집중하니 플랫폼 성과도 좋아졌고, 소규모 계약들도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죠.



 

5. 결말: 이제는 무대가 아닌 삶을 설계하며

지금은 변제 2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변제금은 한 번도 밀리지 않았고, 사업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요. 아직 부족하지만, 월 수익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언젠가 부모님께도 조금씩 갚아나갈 계획입니다.

무대는 사라졌지만, 이제 저는 제 인생이라는 무대를 다시 설계하고 있습니다. 창업가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더 단단해졌다는 걸 느껴요.

저처럼 어떤 꿈을 다가 빚을 지게 된 사람들, 특히 젊은 분들께 꼭 말하고 싶습니다. 꿈이 실패했다고 인생이 끝난 건 아닙니다. 빚이 있다고 포기할 이유도 없고요. 개인회생은 부끄러운 선택이 아니라, 다시 살아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어쩌면 지금이 여러분 인생의 ‘1막’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되는 순간일지도 몰라요. 용기 내세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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